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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5일
![]() <허리케인 죠>는 치바 테츠야 그림, 다카모리 아사오 원작의 <내일의 죠>를 바탕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본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없다고, 원작을 능가하는 감동을 자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원작이 시대의 감수성을 정확히 포착해, 사람들과 뼈 속 깊이 호흡한 경우라면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일본이 만화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지는 제작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이 같은 어려움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허리케인 죠>는 위대한 예외로 쳐야 할 것이다. 어쩌면 애니메이션이 주는 감동의 물결이 훨씬 높고 깊을지 모른다. 이 공로는 무엇보다 데자키 오사무 감독에게 돌려야 한다. 그는 <허리케인 죠> 외에도, <에이스를 노려라>, <보물섬>, <베르사이유의 장미>, <고르고13> 등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든 대가중의 대가다. 다른 감독과 달리 그는 대부분의 작품을 원작에 바탕해 제작했는데, 그러한 이력이 없었다면 <허리케인 죠>와 같은 애니메이션은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앞서 <허리케인 죠>를 위대한 예외라고, 어쩌면 원작을 능가하는 감동이라고 말했지만, 엄격히 말해서 다른 감동이라고 해야 정확하리라. 역사에서 어제와 오늘이 호흡하는 것처럼, 예술작품 역시 저마다의 시대와 달리 소통하는 법이다. 1968년 출판된 만화 <내일의 죠>가 당시 거리를 달렸던 풋풋한 전공투 세대의 첫사랑이었다면, 1980년 제작된 <허리케인 죠>는 10여년이 흐른 후 문득 떠오른 잃어버린 옛사랑이 아닐까. 10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꿈꾸었던 희망도 사랑했던 사람도, 거침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퇴락할 수밖에. 죠도 전공투 세대도 그렇게 서글픈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염없는 시간 앞에서, 꿈은 남아 있지 않았고, 등 푸른 이념은 꺾이고야 말았다. 빛바랜 사진 속에서야 겨우 자취를 떠올리는 것처럼, 아련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데자키 오사무의 전매특허인 실루엣장면이 <허리케인 죠>만큼 인상적으로 표현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인물과 배경이 아름답게 소외되어 있는 탓에, 닿을 수 없는 미래처럼 쓸쓸하다. 해서, 원작만화의 감성이 그래도 현실과 분투하다 쓰러지는 비극이었다면, 10년이 흐른 후 애니메이션의 감성은 향수, 저 멀리 흘러가버린 추억, 바로 그것이다. 만화가 출판된 지 30년,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지 20년, “하얗게 불태웠어,” 죠가 읊조리던 말은 이제 화려한 이종격투기 해설자의 한갓된 말에서나 들을 수 있게 됐다. 세상을 위해 싸웠던 땀과 피는, 이젠 안녕인 것이다. <한양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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