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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17일
"심사숙고할 시간은...아무래도 없을 것 같군."
"우린 언제나 그렇지." "인생은 불완전하며...중대한 일은 언제나 우리를 앞질러서 기다리고 있어."(<블랙라군>)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이제는 아프지도 않다. 내성이 생긴 것일 텐데, 기분이 참 그렇다. 아프지도 아플 수도 없게 된 걸까 하는 심정. 이 험한 세상 살려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는데, 씁쓸하다. 탐독하는 여러 범죄물의 세계관 그대로 달랑 몸뚱아리 하나로 이 풍진 세상 하는 것. 그렇게 더듬이를 자르는 대신에, 쾌락에 몰입하는 감각은 늘어가고. 감각이야 생각할 필요도 여지도 없으니 안성맞춤. 거기에 기대할 것도 없다고 느낀다. 뭐 까칠하다는 얘기야 누누이 들어 왔던 것이고 하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만, 점점 강도가 세지는 것이 문제. 늙는 것과는 달라. 호수처럼 명정해지는 것과도 달라. 세상이 마치 느린 영상처럼, 그래서 마치 말라버린 식물처럼 멈춰선 것만 같아. 거기에 서있는 나도 마찬가지. 그래도 여전히 할 일은 묵묵히 하고 있다. 전시 준비도 착실히 하고 있고, 번역 일도 착수했다. 생각해 보니 전시는 세 개나 된다. 내년 1월에 하는 범죄전시. 한국어 제목도 확정됐다. 죄악의 시대. 영어제목은 일찍 나왔는데 한국어가 안 나와 고심했는데, 노통 서거 날 술 먹다 제목을 잡았다. 키에르케고르의 용어다. 20세기 초반, 총과 피가 난무하던 시기, 그가 보기에 세상은 망해가는 곳이었다. 구원을 바랄 수 없는 나락의 시대. 술먹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망해가는 시대를 범죄로 진단하기에 적절한 제목이 아니겠느냐고. 강홍구와 노순택의 2인전도 시작했다. 둘 다 세상을 진지하게 응시하지만, 태도는 다르다. 한 쪽이 늙은 개처럼 어슬렁 거리며 유람하듯 탐색하듯 혀바닥을 놀린다면, 한 쪽은 현실에서 어찌됐든 계속 구르고 구른다.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도 세상에서 받는 상처로도 남는다. 멜랑꼴리와 앙가주망의 짝패로 보면 되겠다. 9월에 갤러리 킹에서 할 생각이고, 어떤 결과를 빚을 지 나도 궁금하다. 게임전시야 프로그래머를 갖춰놓고 정기적인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니 큰 무리는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빠뜻하긴 하지만, 언제 여유롭게 일을 한 적이 있었나 싶다. 일이 그렇다시피 또 늘었다. 게임포럼을 진행하는 일이 늘었다. 올해 3번 정도 진행하고, 단행본으로 묶어 책으로 낼 계획이다. 내가 실무를 진행하기로 하는 바람에, 이래저래 신경 쓸이 많아졌다. 큰 목표는 게임인문학회로 잡고 있다. 이참에 게임연구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여기에 조광제 선생님이 과학과 문화에 대한 책을 엮는 일에도 결합했다. 필자로 참여해 게임 관련 논문을 쓰기로 했다. 그래도 어김없이 주말이 되면, 홍대 쪽의 이런저런 사람들과 술을 먹고 춤을 추겠지. 그렇게 환락의 밤을 보내겠지. 글을 쓰고 춤을 추는 한, 나는 살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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